나이테와 함께 크는 ‘나무 재테크’
조경 산업, 환경 문제와 관련해 유망해져…묘목 심을 땅 잘 고르고 전문가적 안목도 키워야
ⓒ 시사저널 최준필 |
부동산 투자의 신화는 이미 깨진 지 오래다. 주식시장은 세계 경제 상황과 맞물려서 예상하기 어렵다. 불안한 마음에 은행에 돈을 맡기자니 낮은 금리에 만족도는 낮다. 도대체 어디에 투자를 해야 할지 막막해지는 요즘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수익률은 ‘복리’로 늘어난다. 주식처럼 한순간에 ‘쪽박’ 찰 확률은 낮다.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있고, 마음의 안정까지 가져다준다. 단순히 높아지는 수익률 때문만은 아니다. 돈과 시간을 투자하면서도 즐거움이 늘어난다. 지구 환경에 기여한다는 보람도 있다. 이렇게 투자할 수 있다면 어떨까? 바로 ‘나무 투자’가 그것이다.
조경수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고, 조경 관련 산업이 미래 유망 산업으로 대두되어왔다. 생산 산업의 발전이 가져온 부작용인 각종 환경 문제와 관련해서도 나무의 기능과 조경의 중요성이 커졌다. 국내 조경 시장 규모를 연간 5조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조경수가 많이 필요하게 되면서 한때 ‘부르는 것이 값’일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이런 트렌드에 맞추어서 나무가 재테크의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 나무 재테크는 무엇이고,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알아보자.
나무 재테크는 나무를 키워서 되파는 것이다.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작은 묘목을 구입해서 어느 정도 키운 다음 파는 것이 하나이고, 이미 자란 성목, 그중에서도 수형이 좋은 나무를 구입해 더 가치 있게 키운 다음 값을 올려 파는 것이다. 나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천원짜리 묘목을 심어 10년 후가 되면 10만원이 되는 식이다. 초기에 비용을 좀 더 투자해 2~3년생 묘목을 심는다면 5년 만에 10만원의 가치가 있는 나무가 된다. 실제 팽나무의 경우 7년을 키우면 근경(땅에 접한 줄기의 지름)이 15cm 정도 되는데, 모양이 좋은 A급은 25만원에 팔린다. 묘목값은 1천원이다. 관리 비용을 포함시킨다고 해도 꽤 괜찮은 수익이 난다.
그러면 어떻게 준비할까?
1) 땅 마련하기
나무를 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땅이 필요하다. 땅을 매입하면 초기에 투자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그래서 선택하는 방법이 임차이다. 지역의 부동산 중개업자들을 통해 임차하는 것이 가장 간단한 방법이고, 자신이 현지를 조사하는 것도 시간이 들기는 하지만, 마음에 쏙 드는 곳을 고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마음에 드는 지역을 정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현장을 답사한다. 답사 기간은 3~4월 정도가 적당한데, 봄까지 경작하지 않은 땅은 주인이 그해 경작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2) 나무 구매
자신이 구매한 땅에 맞는 나무를 고른다. 좁은 땅에 큰 나무를 심는 것은 좋지 않다. 조경수를 심으려면 최소한 1천㎡ 정도가 필요하다. 5백㎡ 미만이라면 대추나, 매실 나무 등 유실수나 철쭉이나 금낭화, 잔디 등이 좋다. 묘목은 나무 시장을 통해 구매하면 된다. 충북 옥천군 이원면, 충남 연기군 전의면, 경산 하양읍 환상리, 서울 강동구 상일동 화훼단지, 양재동 묘목 시장, 대구 등 여러 곳이 있다. 통상 3월과 9월에 큰 장이 선다.
3) 나무를 어떻게 키울까
나무를 심기 위해서는 현장 경험이 풍부한 조경사의 도움을 먼저 받는 것이 좋다. 최대한 많은 조경수 농장을 방문해서 안목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나무가 이식되었을 때 잘 자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땅에 퇴비를 주어 미리 관리하고, 모래나 자갈이 많은 땅이나 간척지, 매립지 등은 적합하지 않다.
나무 시장은 짧게 5~6년, 길게는 12년의 주기가 있다고 한다. 실제 살구나무는 7~8년 전만 해도 잘나갔지만, 지금은 찾는 사람이 줄어들었다. 앞으로 유망한 나무를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열매와 잎 그리고 꽃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나무가 인기 있다. 안전한 투자를 원하면 꾸준히 팔리는 수종에 눈을 돌리자. 느티나무와 산수유, 회양목 등은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4) 나무를 어떻게 팔까
나무의 유통에는 나무 중간 유통업자와 인터넷을 통한 직거래 방법이 있다. 생산자와 수요자를 직접 잇는 ‘나무 생산자 유통 영농 조합법인’이라는 단체가 만들어져 있으니 그곳을 활용하면 된다. 조경회사나 임협 등을 통해 팔 수 있다. 조경수 관련 단체에 가입해 판로를 확보하는 방법도 있다. 요즘은 직접 나무를 사고팔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도 있다. 트리비디(www.treedb.co.kr)와 개설되어 있는 각종 카페(네이버 엘티, 조경 커뮤니티) 등을 이용하면 된다.
조경업자와 유통업자를 친구로 두면 좋다. 나무 거래에서는 무엇보다도 돈돈한 거래처를 가지고 있어야 안정적인 유통망을 만들 수 있다. 서로 소개하고, 원하는 물건을 구해주는 식으로 상부상조하는 방식은 어떤 사업에서나 필요한 방식이다. 조경업자들은 나무가 항상 필요한 사람들이다. 이 때문에 이들과 지속적인 유대 관계를 가지면 자연스럽게 판로가 만들어진다. 거래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 수목을 거래할 때 ‘매매계약서’와 ‘사업자등록증 사본’ 또는 ‘주민등록증 사본’을 교환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무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을 유념해야 한다.
단·장기 수종을 함께 키운다
식목철을 앞두고 전국 최대 묘목산지인 충북 옥천군 이원면 들녁에서 묘목 출하 준비에 바쁜 농민. ⓒ 연합뉴스 |
소나무처럼 10년 이상 길러야 하는 수종은 10년 동안 수입을 기대할 수 없이 투자만 해야 한다. 다른 투자들처럼 단기와 장기를 섞어서 포르폴리오를 짠다. 1~3년 키워서 팔 수 있는 수종을 선택해서 7년 이상 장기적으로 키워야 하는 수종의 운영비를 마련하는 식으로 전략을 세워야 한다.
건설 경기를 잘 살핀다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면 조경에 필요한 나무들이 대량으로 필요하다. 또한 가로수나 공원에도 나무가 필요하기 때문에 경기에 따라 어떤 나무들이 필요할지 잘 살펴야 한다.
트렌드를 파악하라
나무도 유행을 탄다. 은행나무는 병충해가 없고 단풍이 예뻐서 인기가 많았지만, 요즘은 독특한 열매 냄새 때문에 많이 심지 않는다. 최근에는 꽃을 즐기기 위한 용도의 이팝나무, 산딸나무, 산사나무, 배롱나무 등을 선호한다.
기후를 파악하라
지구 온난화로 한반도의 기온이 아열대화하면서 추위에 강한 침엽수가 말라죽는 경우도 있다.
심는다고 끝이 아니다
아무리 잘 키워도 수형이 좋지 않으면, 공짜로 준다고 해도 가져가지 않는다. 해마다 비료도 주어야 하고 제초 작업도 해야 하고 전지 작업도 중요하다. 당연히 나무를 심는 것보다 유지·관리하는 데 돈이 더 든다. 여기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잘 계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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