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November 9, 2014

원인 모르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의 '한의학 해법' 어혈 제거·생성 억제

원인 모르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의 '한의학 해법'

한의학 해법은 어혈 제거·생성 억제



자가면역질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자가면역질환이란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우리 몸의 면역세포들이 오히려 우리몸속 정상 장기나 조직을 공격하면서 생기는 질환이다. 전신성 홍반성루프스, 알레르기 비염, 류마티스관절염 등이 이에 속한다. 그런데 현대의학에서는 아직 그 원인을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또 다양한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아직 치료에 어려움이 많다.

한의학에서는 자가면역질환을 순환장애로 인해 생긴 어혈(맑지 못한 혈액)이 우리 몸속 여러 조직에 달라붙어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생긴다고 본다. 이는 류마티스관절염의 어원인 고대 그리스어 ‘류마(rheuma)’와 유사한 맥락이다. 이는 자가면역질환이 ‘몸속에 독소가 흐른다거나 통증이 여기저기로 이동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한의학에서는 자가면역질환의 원인을 어혈에서 찾는다. 어혈을 업애 혈액을 만드는 것이 한의학적 자가면역질환 치료의 핵심이다.
 한의학에서는 자가면역질환의 원인을 어혈에서 찾는다. 어혈을 업애 혈액을 만드는 것이 한의학적 자가면역질환 치료의 핵심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의학에서는 류마티스관절염은 어혈이 관절의 활막에 침범해서 생기는 것이고, 전신성 홍반성루프스는 어혈이 전신과 혈관에 침범해 발생하는 것이라 보고 있다. 따라서 자가면역질환에 대한 한의학적 치료는 ‘피를 맑게 하라’는 치료 원칙에 따라 ‘표증치료’와 ‘본증치료’로 나누어 접근한다. 표증치료는 활막이나 관절 등에 달라붙어 염증을 유발하는 어혈을 제거해서 피를 맑게 하는 것이고, 본 증치료는 체질 및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몸의 순환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어혈 생성 자체를 막는 것이다.

최근 한방에서 자가면역질환 치료를 위해 개발된 대표적인 표증치료제는 옻나무추출물을 이용한 ‘건칠단’과 ‘건칠관절단’, 벌독을 이용한 ‘봉독약침요법’이 있다. 건칠단은 마른 옻나무인 건칠에서 개발된 약이다. 건칠은 어혈을 없애고 혈액순환을 촉진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 실험에서도 핏물이 흐르는 고기 덩어리에 옻 물을 부어 두면 붉은 피가 물로 바뀌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어혈을 풀어 주는 작용이 강력하다, 하지만 건칠은 독성이 있어 과민한 체질의 경우 피부 알레르기가 생기는 등의 제한점이 있다.

그래서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한약물연구소에서는 건칠 속의 알레르기 유발물질인 우루시올(Urushiol)을 제거하고, 독성이 없는 옻나무추출물인 건칠단을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특히 관절염 환자를 위해서는 건칠단의 효과를 높이는 계지, 방풍을 조합해 건칠관절단이라는 한약제제를 개발했다. 실험 연구에 의하면 이
는 현재 임상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항류마티스 약물인 메토트렉세이트(methotrexate, MTXⓡ)와 유사한 효과가 나타났으며 면역 조절과 관절변형 억제 효과는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이는 일반적으로 장기적인 양약 복용으로 환자들이 겪게 되는 소화장애와 전신부종 등의 부작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봉독약침요법 역시 꿀벌에서 채취한 벌독을 입으로 복용하는 것이 아니라 분말로 정제해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정 배율로 희석해서 주사기로 침 자리에 주입하게 되는데 피를 맑게 해 기혈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이런 효능을 임상연구와 실험연구를 통해 확인한 결과 면역기능을 개선하여 관절 주변 신경이나 근막, 인대 등의 염증을 제거하여 류마티스관절염 등의 증상을 완화시킨다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이미 몸속에 만들어진 어혈을 풀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몸속 어혈 생성을 억제시키는 치료가 더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한의학에서는 사람의 체질에 따라 다른 생활 속 예방법을 처방하고 있다.

심폐(心肺) 기능이 약한 체질은 혈액순환의 원동력이 떨어져 어혈이 발생하기 쉽다. 생활 특징은 평소 몸이 늘 피곤하고 자꾸 눕고 싶어 한다. 아침기상 시 얼굴이 푸석푸석하고 일어나기 힘들어하지만 오히려 일어나서 움직이면 몸이 가벼워짐을 느낀다. 이런 체질은 땀을 낼 정도의 유산소운동이나 냉온욕이 좋고 녹차, 율무차 등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음식이좋다.

비위(脾胃) 기능이 약한 체질은 영양분의 흡수 및 분배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결과적으로 순환장애가 발생하고 어혈이 생기게 된다. 특징은 평소 배에서 물소리 등이 쉽게 나고 아랫배와 손발이 차며 쉽게 피로감이나 어지러움증을 느낀다. 이런 체질은 아랫배를 항상 따뜻하게 해주고 귤껍질, 인삼차가 좋고 소화가 잘 되도록 식사를 천천히 하는 것이 좋다.

간신(肝腎) 기능이 약한 체질은 음기를 생성하는 기능이 떨어져 혈액의 점도가 높아지면서 어혈이 발생하기 쉽다. 특징은 평소 열이 많고 지구력이 약하며, 낮보다는 밤에 활동하기를 즐긴다. 이런 체질은 명상을 하거나 숙면을 취해야 하며, 산수유나 구기자차를 마시며 음기를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이외에 공통적으로 비만으로 몸에 체지방이 증가하면 순환장애를 유발하기 때문에 체지방을 줄여야 하며, 평소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는 것도 순환장애를 개선하여 어혈 생성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자가면역질환은 그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 아직까지 표준치료법이 개발되어 있지 않다. 또한 증상이 호전됐다가도 악화되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기 때문에 꾸준한 증상 관리가 필수이다. 급성기 염증을 없애기 위해 양약치료를 받더라도 ‘피를 맑게 하라’는 한의학의 기본 치료 원칙에 따라 근본 원인인 어혈을 치료한다면 자가면역질환자들의 만족도를 더욱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정확한 원인과 명쾌한 치료법을 찾지 못하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의 실마리를 한의학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약재 독성과 단점은 개선하고 장점은 높인 한약재들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동
 이재동
이재동

경희대 한의대 교수. 침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경희대 한방병원 척추관절센터장으로 있다. 대한침구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

‘이재동 교수의 경희한방 이야기’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한의학에 대한 올바른 지식 전파에 힘쓰고 있다.


월간헬스조선 11월호(110페이지)에 실린 기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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