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November 8, 2014

옥천의 ‘향수’ 어린 길을 버스로 돌아보다

옥천의 ‘향수’ 어린 길을 버스로 돌아보다

(옥천=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옥천(沃川)의 지명은 비옥한 물길이 지나는 곳이란 뜻을 품고 있다. 실제 옥천에서는 금강의 푸른 물줄기가 산모퉁이를 돌고, 풍요로운 들판을 굽이굽이 흘러 드넓은 대청호로 이어진다.
옥천-청산 버스는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대중교통 수단이다. 옥천읍을 출발한 버스는 정지용 생가를 거쳐 초록빛 시원스런 풍경이 펼쳐지는 대청호반도로를 달리고, 장계관광지를 지나 동쪽 끝에 있는 청산면까지 운행한다.
옥천역(경부선)에서 100m 떨어진 곳에 정류장이 있어 기차로 옥천에 도착한다면 이용하기도 편리하다. 서울에서 옥천까지는 무궁화호가 하루 17회 운행한다. 동서울터미널, 대전, 청주 등을 잇는 버스가 운행되는 시외버스공용정류소에서 가장 가까운 정류장인 ‘동성슈퍼’까지는 도보로 15분 정도가 걸린다.
◇‘향수’ 시인, 정지용을 만나다
옥천을 대표하는 인물은 단연 감각적 언어를 사용해 시를 쓴 최초의 모더니즘 시인 정지용이다. 그래서 도처에서 그의 시를 만나고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도회적인 옥천읍을 벗어나는 순간 향수공원이 자리하고, ‘지용로’를 따라가다 보면 정지용 생가가 나타난다. 또 교동저수지와 장계관광지에서도 그의 시상(詩想)을 엿볼 수 있다. 어쩌면 옥천의 산과 들, 개울이 모두 시적(詩的)인지도 모르겠다.
정지용 생가는 ‘구읍사거리’ 정류장에서 내려 100m 정도를 걸으면 닿는다. 흙과 돌로 쌓고 윗부분을 짚으로 덮은 담 안쪽에 아담한 초가가 들어서 있다. 초가 바깥으로는 ‘옛 이야기 지줄대는’ 작은 실개천이 흐른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시인은 일본 유학 시절 추억 속에만 살아 있는 고향마을을 그리워하며 대표작 ‘향수’를 썼다. 사실 그의 작품은 한국전쟁 이후 30여 년간 어둠 속에 묻혀 있었다. 한국전쟁 중 행방불명돼 월북 작가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1988년 판금이 해제되고 그의 생가는 1996년에야 옛 모습으로 복원됐다.
생가에는 동그란 안경을 쓴 시인의 사진과 시가 걸려 있고, 월북 화가 정종여의 수묵담채화에 정지용이 글을 쓴 ‘비파도’를 볼 수 있다. 방 안에는 질화로와 등잔도 놓여 있어 ‘향수’의 시어를 연상케 한다. 아버지가 한약방을 운영했던 사실을 알려주는 약장(藥欌)도 비치돼 있다.
생가 곁에는 정지용 문학관이 자리해 있다. 입구를 들어서면 검정 두루마기를 입은 정지용 밀랍인형이 의자에 앉아 방문객을 맞는다. 시인의 삶과 문학을 엿볼 수 있는 자료가 전시돼 있고, 시집과 산문집도 볼 수 있다. 시를 낭송해 녹음된 테이프를 가져갈 수 있는 ‘시낭송 체험실’과 목가적인 영상에 시를 넣은 ‘영상 시화’ 등의 체험 시설이 있고, 영상실에서는 정지용의 삶과 문학 세계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다.
◇초록빛 물과 낮은 산이 있는 풍경
구읍사거리에서 두 정거장을 이동하면 교동저수지다. 이곳은 예전에 낚시터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낚시가 금지된 생태습지공원이 됐다. 저수지의 맑은 풍경 뒤편으로는 예쁜 전원주택이, 저수지 남서쪽의 인공 섬에는 커다란 조형물이 들어서 있다. 빨래하는 아낙네와 밭을 가는 농부, 얼룩백이 황소,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린 모습, 까마귀가 올라앉은 홍시 등의 조형물은 정지용의 시 ‘향수’, ‘호수’, ‘홍시’ 등의 내용을 소재로 하고 있다. 조형물 인근 물가로는 나무 데크가 설치돼 한가롭게 산책을 즐길 수 있고, 저수지 뒤편 언덕 너머에는 정지용 시인을 주제로 하는 시비문학공원이 조성돼 있다.
교동저수지부터는 한동안 농촌의 평화로운 풍경이 이어진다. 10여 분을 달려 ‘소정’ 정류장을 지나면 왼편으로 대청호의 푸른 물줄기가 펼쳐진다. 호반도로는 커다란 벚나무의 무성한 가지가 하늘을 가릴 듯한 구간도 있어 꽤 운치가 있다. 빠르게 달리던 자동차들도 이곳에서는 속도를 줄여 도로와 호수가 이룬 가경을 감상하며 지난다. 37번 국도와 호반도로가 만나는 ‘소정리 휴게소’에서 내려 대청호 풍광을 즐기고 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소정리 휴게소 다음 정류장은 장계관광지다. 정지용의 시와 금강을 소재로 건축가, 예술가, 문학인 등이 참가해 조성한 곳으로, 대청호가 내려다보이는 산책로를 따라 조형물과 시비가 들어서 있다. 정지용 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작품도 음미해볼 수 있다. 관광지 입구에는 옥천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옥천향토전시관이 자리한다. 하지만 장계관광지는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다. 2010년에 개발 사업이 중단된 뒤 방치돼 카페, 갤러리, 식당 등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 제공: 연합뉴스
◇청산면, 동요와 벽화가 있는 마을
장계관광지부터 청산면에 이르는 구간은 시원스런 대청호반도로에 이어 주변으로 논과 밭이 펼쳐지고 낮은 봉우리가 중첩되는 평화로운 정경이 나타난다. 평범한 시골 풍경이지만 정지용의 고향이란 생각 때문인지 향토적이고 아름다운 ‘향수’의 시구가 저절로 떠올려진다.
버스의 회차 지점인 청산면은 생선국수와 도리뱅뱅이가 이름난 곳이자, ‘졸업식 노래’와 ‘짝짜꿍’으로 유명한 동요 작곡가 정순철의 고향이다. 청산면사무소 인근 식당에서 생선국수와 도리뱅뱅이로 미각을 만족시키고 근처 골목으로 들어서면 정순철 선생과 고향을 주제로 한 벽화를 만날 수 있다.
청산버스터미널 인근 ‘찐한식당’은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서 여주인공 신유경(유진)의 집으로 나온 촬영지이기도 하다. 인근에는 조선 태조 때 백운리에 창건돼 현종 때 지금의 교평리로 이전한 청산향교도 있다. 향교로 향하는 골목에는 서당에서 글공부를 하던 어린이의 모습을 담은 벽화가 그려져 있다.
◇미려한 옥천성당과 육영수 생가
한편 옥천-청산 버스를 이용하면 아름다운 모습의 옥천성당과 육영수 생가도 방문할 수 있다.
옥천성당은 ‘동성슈퍼’ 정류장에서 내려 북동쪽으로 100여m를 걸어가면 길 왼쪽 언덕 위에 자리한다. 1940년대에 미국인 사제에 의해 건립된 건축물로 하늘색과 흰색으로 색칠된 외관이 경건하면서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충북 유일의 1950년대 이전 성당 건축물로 이곳에서는 옥천읍의 풍경도 시원스럽게 내려다보인다.
육영수 생가는 정지용 생가에서 ‘향수길’을 따라 10분 정도 걸으면 닿는다. 1894년 축조된 건물을 육 여사의 부친 육종관 씨가 1918년 매입한 것으로 당시에는 사랑채, 내당, 사당, 별당 등 10여 동의 건물이 있었다고 한다. 1974년 육 여사 서거 이후 방치돼 오다 1999년 철거됐고, 2010년에 지금의 건물로 복원됐다.
◇옥천-청산 버스 운행 정보 = 옥천-청산 버스는 하루 14회 운행한다. 오전 9시 50분까지는 6대가 편성돼 있어 이용이 편리하지만 이후에는 운행 간격이 1시간 정도로 벌어진다.
>>첫차와 막차 = 옥천버스터미널 06:10, 18:40
>>요금 일반 = 1천300원, 학생 1천 원, 어린이 650원(교통카드 사용 시 100원씩 할인)
>>문의 = 옥천버스운송 043-732-7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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