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November 9, 2014

세가지 사례로 본 뇌졸중 응급처치 성공&실패담

세가지 사례로 본 뇌졸중 응급처치 성공&실패담



몸도 마음도 꽁꽁 얼어붙기 쉬운 계절이다. 최근 신종플루의 확산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비약적으로 높아져 신종플루 예방법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계절, 신종플루만 두려운 것은 아니다. ‘소리없는 살인자’라 불리는 뇌졸중도 이맘때쯤이면 급격하게 늘어난다. 뇌졸중이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와 겨울철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일교차나 실내외 온도 차이로 인한 혈관 수축 때문. 혈관이 수축되면 혈압이 올라가고 혈관 내 혈액의 점성이 높아져 혈액의 흐름이 느려져 혈관이 쉽게 막히거나 터질 수 있다. 세 가지 환자 사례를 통해 뇌졸중의 성공담과 실패담을 분석해 본다.
◆왔다가 사라지는 '일과성 허혈발작' 잘못 관리했다간 위험
평소 고혈압인 주부 송씨(65)는 얼마 전 어지럽고 메스꺼우며 한쪽 팔다리에 힘이 풀리고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주위에서는 이럴 경우 양 손과 발을 바늘로 따라고 했고, 그렇게 했더니 곧 감각이 돌아오는 것 같았다. 안심하고 평소와 같이 생활하던 송씨는 이틀 뒤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 급히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는 사망하고 말았다. 

송씨처럼 갑자기 일시적인 마비나 발음장애, 극심한 두통, 시야 장애 등 뇌졸중 증세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일과성 허혈발작으로 뇌경색이 진행되는 중에 혈전에 의해 일시적으로 혈관이 막히며, 그때 순간적으로 뇌 기능 손상이 생겨 뇌졸중 증상이 나타나지만 대개는 1시간에서 수 시간 내에 증상이 사라져 뇌졸중의 전조증상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거나 다 나아 괜찮아졌다고 착각하기 쉬운 증상이다. 문제는 이러한 일과성 허혈발작을 겪은 환자들은 다음 뇌졸중이 발생할 가능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는 데에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일과성 허혈발작을 겪은 환자의 40% 정도는 5년 내에 뇌졸중이 발병했다. 또 영국 옥스포드대학 뇌졸중예방연구소의 매튜 자일스 박사팀이 일과성 허혈발작을 경험한 1만 여명의 환자를 분석한 결과, 1주일 이내에 5%가 뇌졸중 증상을 보였다는 통계도 있다. 항간에는 뇌졸중 증상이 발생하였을 때 팔다리를 주무르거나 손발을 따면 효과가 있다는 등의 민간요법이 전해오고 있다. 하지만 일과성 허혈발작은 특별한 치료 없이도 금세 증상이 사라지는 것이 특징. 때문에 민간요법 때문에 증상이 사라진 것으로 착각하며 민간요법을 맹신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는 위험한 생각이다. 

위 연구팀에 의하면 일과성 허혈발작 증상 후 치료를 받은 환자는 1주일 뒤 1%만이 뇌졸중이 나타났지만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는 11%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고 밝혔다.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은 경우보다 위험도가 10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증상없이 생기는 ‘무증상 뇌졸중’ 예방은 정밀진단 중요 
이유없이 뒷목 부근과 등 부위가 결려 병원을 찾은 김씨(58)는 MRI진단을 통해 목 디스크의 진단 그리고, 무증상 뇌졸중 진단을 받았다. 뇌졸중이라고 하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진단결과를 반신반의하며 디스크 치료만 받은 김씨는 어느날 갑자기 전신이 마비되는 뇌졸중 증상이 나타나 병원으로 이송됐고 치료를 받았지만 지금도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몸이 마비되어 있다. 

뇌경색 또는 뇌출혈이 발생하였지만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임상적으로는 알 수 없고, 다른 이유로 촬영한 뇌영상 (CT와 MRI)을 통하여 발견되는 뇌졸중을 무증상 뇌졸중이라 한다. 과거에는 뇌영상 검사를 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현재는 상대적으로 검사를 많이 하기 때문에 발견 가능성과 관심이 높아졌다. 과거 뇌의 아주 작은 혈관이 막히는, 열공성 뇌경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없는 환자가 77%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적 있다. 그러므로 무증상 뇌졸중의 빈도는 꽤 높다고 할 수 있겠다.

무증상 뇌졸중은 전조증상이 뚜렷한 뇌졸중과 마찬가지로 뇌혈관의 이상이 이미 존재한다는 점에서 별다른 차이는 없으나, 대부분 3~15㎜ 이하의 소혈관이 막혀서 생기는 열공성 뇌경색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무증상 뇌졸중 환자가 마비나 언어장애를 느끼고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뇌졸중이 심각한 상태로 진행된 후이다. 다행히 무증상 뇌졸중일 때 발견하면 약물치료와 생활개선을 통해 더 심한 뇌졸중으로 진행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의료 장비의 발전으로 초기 뇌졸중(무증상단계) 증세도 발견이 가능해졌다. 따라서 50대 이후에 뇌졸중 위험 인자를 가진 이들이라면 정밀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 물론 MRI는 비용이 많이 드는 검사이기 때문에 모든 이들이 꼭 이 검사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50세 이상, 당뇨 고지혈증 등 성인병이 있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비만, 과음, 흡연, 심장병이 있는 경우에는 신경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정밀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초기대처와 생활습관이 예후 결정
과거 평균 한갑 반 정도의 담배를 피고, 자주 과음을 하던 한씨(72)는 50대 말, 구토와 함께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지체 없이 119에 도움을 요청하여 바로 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어 CT촬영을 한 결과 뇌경색으로 진단받았다. 이후 혈전용해 치료를 받았고, 금연, 금주, 식이요법을 통해 건강을 관리하여 15년이 지난 지금에도 후유증이나 합병증 없이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한씨의 치료가 성공적일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신속한 대처’였다. 뇌경색의 경우 뇌혈관을 막고 있는 피떡(혈전)을 녹이기 위해 약물을 투여한다. 이를 혈전용해 치료라고 한다. 

을지대병원 신경과 전종은 교수는 “혈전용해가 성공적이기 위해서는 뇌졸중의 증상이 생긴지 3시간 안에는 반드시 병원에 도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본인이 뇌졸중에 걸렸다고 의심되면 지체 없이 전화번호 119를 누르고 도움을 청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뇌졸중이 발생한 이후 생활습관의 변화 역시 성공적인 재활의 중요한 비결이다. 뇌졸중은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성인병, 비만, 흡연, 과음의 요소를 가지고 있을 때 더 많이 발병하게 되는데 이러한 요소들은 상당부분 생활습관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 이현주 헬스조선 기자 jooya@chosun.com 
도움말 = 전종은 을지대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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