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November 11, 2014

행주누리길, 숲길과 물길이 이어지는 아름다운 길

행주누리길, 숲길과 물길이 이어지는 아름다운 길


[오마이뉴스 유혜준 기자]
고양 행주누리길, 숲은 여전히 녹음이 우거져 있었다.

ⓒ 유혜준

숲은 여전히 푸르렀다. 9월에 접어 들었지만 가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숲이 푸른 기운을 잃기 전에 부지런히 걸어야지, 하면서 길을 나섰다. 걷고 싶은 날 가장 먼저 생각나는 길은 역시 '고양힐링누리길'.

추석연휴를 앞둔 지난 5일, 고양 행주누리길과 행주산성누리길을 걸었다. 2개 코스를 이어서 걸었지만, 행주산성누리길은 행주누리길에서 연결되는 일부 구간만 걸었다. 그래도 시원스럽게 펼쳐지는 한강을 보면서 걸을 수 있어 참 좋았다.

행주누리길은 원당역에서 출발, 성라공원, 배다골테마공원을 지나 행주산성 입구까지 이르는 길로 전체길이는 11.9km이다. 소요 예상시간은 3시간 20분으로 고양힐링누리길 8개 코스 가운데 가장 길다. 행주누리길은 숲길과 물길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아름다운 길로 걸으면 걸을수록 걷고 싶어지는 길이다. 출발지가 원당역으로 접근성도 좋아 자주 찾는 길이기도 하다.
길을 잃지 않으려면 표시를 잘 살펴야 한다.

ⓒ 유혜준

이날도 원당역에서 출발했다. 원당역 3번출구로 나오면 된다. 숲으로 들어가는 길 앞에 표지판이 세워져 있기 때문에 길을 금방 찾을 수 있다. 숲길에서 벗어나면 바로 성라공원이다. 약수터가 있고, 배드민턴 경기장이 있는 성라공원은 늘 사람들로 붐빈다.

길은 숲을 벗어나 잠시 마을을 에돌아 휘어지다가 다시 숲으로 이어진다. 숲에는 밤나무가 지천이었다. 나무에서 떨어진 밤송이들이 길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나무에 매달린 채 저절로 벌어진 밤송이들이 제법 많았다. 길에 떨어진 밤송이를 주워 까먹으니 단맛이 제대로 들었다. 가을이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했더니 밤송이에는 가을이 이미 왔나 보다.

갈림길 앞에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 게 눈에 띈다. 행주누리길 원래 코스는 장미란체육관을 우회해서 가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길은 숲길이 아니라 도시와 이어지는 길이다. 고양시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랑인 장미란 선수를 기념하는 '장미란체육관' 앞을 지나도록 길을 연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숲길을 걷기 원하는 이들이 많아 숲길을 계속 걸을 수 있게 '빠른 숲길'을 연결했다는 것이 정창식씨(고양시 녹지과)의 설명이다. 길이 숲에서 숲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그게 더 좋지.
보리밥 정식을 먹었다. 나물과 고추장, 참기름을 넣고 비벼 먹는 맛, 좋다.

ⓒ 유혜준

걷다보니 12시가 훌쩍 넘었다. 오늘 점심 메뉴는 보리밥 정식. 보리밥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에 들어갔더니 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붐빈다. 한데 식사를 하는 손님들을 보니 죄다 우람(?)하다. 장미란체육관에서 역도선수들이 우르르 몰려왔단다.

보리밥에 나물과 고추장, 참기름을 넣고 기운차게 비볐다. 맛있다. 가볍게 막걸리를 한 잔 곁들였더니 걷느라고 흘렸던 땀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행주누리길을 걸을 때마다 기웃거리는 '양심 무인판매대'는 여전히 운영되고 있었다. 추석을 앞둬서일까, 토란과 토란대를 팔고 있었다. 고추와 배추와 같은 농산물 외에도 선인장도 판다. '평소에는 장미도 판단다. 꽃의 도시 고양시답다.

사는 사람이 있으니, 무인판매대가 계속해서 운영되고 있는 것이리라. 길 위에서 이런 풍경을 만나면 마음이 저절로 따뜻해진다.
길은 숲에서 마을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 길은 다시 물길로 이어진다.

ⓒ 유혜준

배다골테마공원으로 가는 길에 펼쳐지는 밭에서는 대파 수확이 한창이었다. 파라솔 아래에서 사람들이 밭에서 캔 대파 단을 묶는 작업을 한다. 고양시가 도농복합지역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는 건 이럴 때다.

배다골테마공원 옆을 지난다. 말 두어 마리가 우리에서 있다가 우리 일행이 지나가는 것을 보자 다가온다. 그 뿐이 아니다. 뿔이 우람한 산양들도 몇 마리 다가온다. 저 녀석들이 뭐하는 거지, 했더니만 풀을 달라는 거였다. 이 길을 지나는 이들이 길에서 풀을 뜯어 녀석들에게 주곤했나 보다. 풀을 먹지 않는 돼지들은 우리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
길 위에서는 이렇게 동물들을 만나기도 한다.

ⓒ 유혜준
성사천에는 오리가 산다.

ⓒ 유혜준

오리가 살고 있는 성사천을 지나 봉대산으로 향했다. 봉대산 정상까지는 오르막길이 계속 이어진다. 하지만 완만해서 올라가는 게 그리 힘들지 않다. 숲에서 바람이 불어와 걷느라 흘린 땀을 식혀준다.

고양시에서 가장 오래된 강매석교를 지난다. 창릉천을 가로지르며 놓인 강매석교는 고양시의 역사를 말없이 알려준다. 예전에는 나무로 만든 다리였으나, 1920년대에 돌로 다리를 새로 만들었다. 예전에 이 지역에 살던 이들이 이 다리를 건너 서울까지 여러 가지 물건들을 내다 팔았다고 한다.
고양시에서 가장 오래된 강매석교. 옛사람들은 이 다리를 건너 서울로 물건을 팔러 나갔다. 창릉천의 물은 줄었지만, 다리는 여전히 남아 옛사람들의 삶을 전하고 있다.

ⓒ 유혜준

강매석교에서 행주누리길과 행주산성누리길이 교차하는 지점까지는 창릉천을 따라 길이 이어진다. 여름이라 풀이 웃자라 길이 풀숲 사이로 숨었다. 풀을 헤치면서 걷는데 자꾸 발이 풀에 걸린다. 한데, 그 느낌이 좋다. 자연을 자연스럽게 만나는 길이다.

행주누리길과 행주산성누리길 교차점에서 우리는 행주산성누리길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행주산성누리길은 이름 그대로 행주산성을 한 바퀴 도는 길로 전체 길이는 3.7km이며, 소요 예상시간은 1시간 30분이다.
창릉천에도 여름은 여전히 머물러 있다.

ⓒ 유혜준

고양시 시정연수원에서 출발해 팔각초소 전망대를 거쳐, 다시 시정연수원으로 돌아가는 원점 회귀 코스다. 아름다운 한강을 조망하면서 걸을 수 있어 걷는 이들마다 "길이 너무 좋다"며 감탄하는 길이다. 걸으면서 행주산성에 아로새겨진 역사를 음미할 수 있다.

이렇게 2개 코스를 이어서 14km 남짓 걸었다. 다음에는 행주산성누리길만 따로 걸으면서 행주산성의 역사를 제대로 음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을 조명한 영화 <명량>이 주목받고 있으니, 행주산성누리길을 걸으면서 권율 장군의 '행주대첩'을 되새겨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행주누리길]11.9km, 소요 예상시간 3시간 20분

원당역 - 성라공원 - 배다골테마공원 - 봉대산 - 강매석교 - 창릉천 - 행주산성입구

[행주산성누리길]3.7km, 소요 예상시간 1시간 30분

고양시 시정연수원 - 팔각초소 전망대 - 진강정 - 충의정 - 대첩문 - 시정연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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