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November 9, 2014

[‘나무 재테크’쑥쑥 큰다] 성공 사례 신용남 솔향기 대표

[‘나무 재테크’쑥쑥 큰다] 성공 사례 신용남 솔향기 대표

소나무 매력에 ‘푹’…‘손자에게 물려줄 것’



서울에서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줄포 IC로 빠져나와 내소사까지는 4시간이 걸렸다. 신용남 솔향기 대표의 소나무 밭은 내소사 인근 산자락에 자리 잡고 있었다. 과수원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심긴 형형색색의 소나무들은 그것 자체로 장관이었다. 신 대표가 자랑하는 ‘황금소나무’는 태어나 처음 볼 정도로 특이한 모양새였다. 일종의 변이종이다. 신 대표의 나무 재배는 재테크라기보다 예술에 가깝다. 돈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소나무에 열정을 쏟기 때문이다. 물론 최종 목적은 판매지만 당장의 생계를 위한 것은 아니다. 

사진은 신 대표의 농장 전경.

‘예순 은퇴’ 결심하고 57세부터 시작
1951년생인 신 대표는 1997년부터 2011년까지 아파트 철근·콘크리트 골조 공사를 주로 하는 전문 건설 업체를 운영했다. “아파트 경기 때문에 일을 그만둔 것인가”라고 묻자 “나이가 60이 넘어 은퇴할 때가 돼서”라고 이유를 댔다. “우리 아들도 종합 건설 업체에 다니는데, 사실 하청업체이기 때문에 아들뻘에게 꾸지람 듣느니 은퇴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60세는 노인 축에도 들지 않는다. “육십에 팽팽 놀 수 없어서”라는 이유로 그가 선택한 것이 그전에도 틈틈이 해왔던 소나무 재배다. 왜 하필 소나무일까. 그에게 소나무는 생명이자 삶 자체였다. “고향이 전남 해남 화원면입니다. 어릴 때 선친은 농사꾼이었는데, 농사(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산에서 소나무 가지를 쳐서 땔감으로 팔아 가정에 도움이 됐습니다. 경제적으로 나무에서부터 어려운 생활을 버텨낸 거지요. 나무에 대한 고마움이랄까, 소나무를 좋아하게 된 동기입니다. 애국가에도 소나무가 나오지 않습니까.”

늘 마음에 품고 살았지만 가까이 하지 못했던 소나무를 그가 심기 시작한 것은 2007년, 쉰일곱 살 때부터다. 부안에서 시작하게 된 것은 “우리나라 소나무 인공 재배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지역이 정읍·고창·부안이라서”다. 그에 따르면 안면도와 부안은 고려 때부터 소나무의 집산지였다.
 
“과거 부안에 조세창이 있었습니다. 세금으로 받은 곡식을 서해와 한강을 통해 마포까지 날랐죠. 그 세곡선을 만든 것이 안면도와 부안의 소나무입니다. 이순신의 판옥선을 만든 것도 안면도 소나무입니다.” 그는 5년 전 나무를 처음 심기 시작할 때부터 이미 예순에 은퇴하고 나무에만 전념할 결심을 하고 있었다. 
어릴 때 궁핍을 면하게 해준 소나무는 신용남 솔향기 대표에게‘생명’이자‘삶’이다. 최근 소나무 시세가 좋지 않은 편이지만, 그는 서울에 가족을 둔 채 홀로 부안에 내려와 소나무에 대한 집념을 불태우고 있다

현재 그는 자가 토지 5350㎡(1620평)와 임차 토지 1만3200㎡(4000평)에서 3000그루의 소나무를 재배하고 있다. 소나무는 이게 전부지만, 그의 꿈은 그 이상이다. 그는 전북 장수에 임야 20만4600㎡(6만2000평)를 사놓았다. “여기(부안)가 정착되면 장수도 시작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소나무를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과거 ‘소나무를 키워서 부자 됐다’는 소문을 여기저기서 들은 기억 때문이다. 그렇지만 건설 경기 부진으로 유행이 바뀌면서 지금 소나무 시세는 좋지 않다. 게다가 소나무는 15년이 되어야 상품 가치가 있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투자만 하고 소득은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철쭉이나 회양목 2~3년짜리(2~3년 뒤 소득이 나오는)를 섞어서 해야 한다는 것을 최근 깨달았다. 지난해 심기 시작했으니 내년부터는 운영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단기 수종을 키워 장기 수종 관리 비용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 대표는 재테크 목적으로 나무를 재배할 때 유의할 점 세 가지를 들었다. 첫째, 건설 경기. 둘째, 국민들의 취향. 셋째, 지구온난화다. 그는 “1998년 철쭉 묘목이 1500원이었는데 지금도 1500원이다. 여기에도 양극화가 심각하다. 묘목 생산 업자, 나무 재배 업자, 조경 회사, 일반 종합 건설사까지 다단계로 납품이 이뤄지다 보니 가격 후려치기가 너무 심하다”고 토로했다. 
나무에도 유행이 있어 선호하는 품종이 자주 바뀌므로 이를 잘 살펴봐야 한다. 신 대표는 “은행나무는 병충해가 없고 단풍이 예뻐 예전엔 좋아했지만 가을에 열매를 밟을 때의 냄새 때문에 요즘에는 많이 심지 않는 편이다. 최근 조경수용으로 인기가 있는 것은 이팝나무·산딸나무·산사나무·배롱나무처럼 꽃이 있는 나무들”이라고 말했다. 


서울 집 두고 방갈로서 홀로 숙식
지구온난화로 최근 한반도 기온이 아열대화되면서 침엽수보다 상록활엽수로 점차 바뀌는 추세다. “가로수종으로 소나무·은행나무·느티나무·플라타너스 중심에서 가시나무·구실잣밤나무 등의 아열대 수종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추위에 강한 침엽수는 온난화로 말라죽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소나무를 키우고 있는 그는 “지구온난화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노심초사하고 있다”면서도 “나무는 3대를 보고 심는 것이다. 내가 지금 나무를 심으면 손자가 빛을 보지 않겠는가. 나는 단지 소나무가 좋아서 하고 있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취미로 시작한 소나무 재배는 지금 그에게 ‘노동’이 됐다. 제초, 병충해, 쉬운 전정(가지치기)은 직접 다 하고 있다. 아침 6시부터 저녁 8시까지 12~1월을 제외하고는 1년 내내 나무에 시간을 쏟고 있다. 아예 소나무 밭 한가운데에 방갈로를 만들어 놓고 혼자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가족이 사는 서울 서초동 집에는 2주에 이틀 정도 머무른다. 

소나무는 다른 나무에 비해 손이 많이 가는 편이고 성장도 더디다. 그렇지만 그가 보여준 소나무 밭의 오밀조밀한 모습과 그윽한 솔향기는 금전적 가치 이상의 것을 느끼게 했다. 그는 특별히 사업체를 만들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농원 이름을 ‘솔향기’로 불러 달라고 했다. 


부안=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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