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엔 가족 여행]단양에서 가을의 끝을 잡다
단양을 완벽하게 누벼보고 싶다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떠나라. 단풍색이 짙다 못해 탁해질 때 가을의 끝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단양팔경을 섭렵하면서 스탬프에 도장을 찍는 재미를 즐겨봐도, 하늘을 나는 아찔한 순간을 누려봐도, 풍류를 즐기는 한량처럼 물놀이에 빠져봐도 좋다. 온달장군과 평강공주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까지 만추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여행의 묘미를 더한다.
정도전이 풍류를 즐겼던 도담삼봉.
스탬프 여행, 단양팔경 완벽 도전하기
'스탬프 여행은 대학생들이 하는 여행이다'라는 고리타분한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워지자. 그러면 여행이 달라진다. 일정에 쫓기듯 스폿을 찍고 가는 스탬프 여행이 아니라 꼭 봐야 할 곳을 찍고 가는 알찬 여행이 스탬프 여행이다. 단양은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명소가 여덟 곳이나 있다. 단양팔경이 그것인데, 정작 모두를 돌아본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단양팔경은 남한강 물길 따라 이어진다. 때문에 도보 여행보다 드라이브 여행이 제격이다. 강원도 태백 검룡소에서 발원한 남한강은 영월을 지나면서 급류로 변한다. 덕분에 여름에는 짜릿한 물맛을 볼 수 있는 래프팅이 인기다. 단양 영춘면 오사리에 가면 래프팅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많다. 물길이 단양 읍내에 가까워지면서 덕천교, 고수대교, 상진대교를 차례로 지난다. 물길이 만들어낸 기상천외한 지형이 암수가 결합한 모양처럼 오묘하다. 그 가운데 단양팔경 제1경 도담삼봉과 제2경 석문이 있다. 도담삼봉은 굽이치는 강물을 뚫고 솟아오른 바위섬이다.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이 이곳에 머물면서 망루를 짓고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자신의 호도 도담삼봉을 본떠 삼봉(三峰)이라 했다.
도담삼봉과 작별하고 석문으로 향한다. 꽤나 높은 곳에 위치한 석문은 한두 번 쉬어가야 오를 수 있을 만큼 경사가 가파르다. 한 걸음씩 오를 때마다 뒤를 돌아보는 재미가 있다. 석문(石門)은 글자 그대로 돌문이다. 과연 누가 드나들었을까 싶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석문 사이로 도담삼봉을 가로지르는 모터보트가 보인다. 단풍이 무르익은 가을이기에 더욱 풍경이 아름답다.
제비봉에서 바라본 충주호.
배를 타거나 산에 올라야 볼 수 있는 귀한 풍경 구담봉.
배타고 유람할 것인가? 제비 몰러 산으로 갈 것인가?
제3경 구담봉과 제4경 옥순봉은 배를 타거나 산에 올라야 볼 수 있다. 단양과 제천이 만나는 접경지에 위치해 이 일대를 제천 사람들은 충주호라 부르고 단양 사람들은 제2 해금강이라 부른다. 구담봉은 기암절벽의 모양이 거북을 닮았고 물속 바위에 거북무늬가 있다 해 구담이라 부른다. 옥순봉에 얽힌 이야기는 더 재밌다. 우선 옥순봉은 '옥'이 '죽순' 모양으로 솟은 봉우리라는 뜻이다. 퇴계 이황 선생이 단양 군수로 있을 당시 단양팔경을 정하려 했는데 한 곳이 모자랐다고 한다. 그래서 청풍(제천) 군수 이지번에게 옥순봉을 단양팔경에 넣게 해달라고 청해서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실제로 옥순봉의 행정구역은 제천이다.
뱃놀이는 자리가 중요하다. 유람선에서 명당을 꼽으라면 3층이 좋다. 한눈에 거침없이 주변을 둘러볼 수 있고 단체 관광객들과 구별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만약 2층 배라면 2층을 선점할 것. 유람선 여행은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선장의 구성진 안내 덕분에 눈과 귀 모두 즐겁다. 충주호관광선(), 충주호유람선()이 운영 중이다.
등산을 좋아한다면 제비봉(721m)을 찾아보자. 그곳에 올라도 충주호의 빼어난 풍광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제비봉은 장회나루에서 배를 타고 구담봉 방면에서 바라보면 바위 능선이 제비가 날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해서 그리 이름 붙었다. 등산길 초반은 나무가 하늘을 가려 답답하지만 고도가 높아지면서 멋진 소나무가 모습을 드러낸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하지 않는가. 제비봉 정상에 오르면 암릉 구간이 펼쳐지고 멋진 단풍과 물이 만나 매혹적인 색채를 뽐낸다. 단풍은 10월 중하순에 절정을 이뤄 11월 초까지 이어진다. 끝없는 벼랑 끝에 펼쳐진 충주호와 형형색색의 단풍이 만추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단양팔경의 제2경인 석문.
계곡과 어우러진 그림 같은 곳
제5경은 사인암이다. 옥순봉, 구담봉과는 반대 방향이어서 홀로 떨어진 듯 보인다. 중앙고속도로 단양나들목과 가까워 첫 코스로 선택해도 좋고, 반대로 마지막 코스로 선택해서 단양을 떠날 때 찾아도 좋다. 고려 말 학자 우탁 선생이 정4품 사인재관 벼슬에 있을 때 휴양하던 곳이라 해 사인암이라 부른다. 옛날 많은 소인묵객들이 이곳을 배경 삼아 시를 읊고 그림을 그렸다. 그 흔적들은 사인암 주변 바위에 새겨진 장기판, 암벽에 새긴 시조들로 확인할 수 있다. 김홍도는 사인암의 절경을 그리려고 붓을 들었다가 바로 그리지 못하고 1년이 지나서야 '사인암도'를 완성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추사 김정희는 사인암을 보고 "하늘에서 내려온 한 폭의 그림"이라 극찬했다.
제6경 하선암, 제7경 중선암, 제8경 상선암은 남한강이 지류로 빠지는 선암계곡에 자리하고 있다. 계곡 들머리에 있는 소선암자연휴양림과 오토캠핑장은 깊은 가을을 몸으로 느끼고 싶은 낭만 여행객들이 이미 독차지했다. 도시의 깨끗하고 편리한 숙박시설에서 느낄 수 없는 자연 속에서만 가능한 아늑함이 있다. 먼저 하선암이 큼직한 바위를 과시하며 계곡에 널브러졌다. 여름날의 우렁찬 계곡 물소리는 들을 수도, 상상할 수도 없지만 단풍과 함께 가을의 서정이 곳곳에 묻어 있다. 계곡을 따라 이어진 선암계곡로를 2, 3km 정도 달리면 중선암이 나오고 이어 상선암이 나온다. 단양팔경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1박 2일이 부족하다. 사시사철 새로운 모습으로 여행자를 맞아주지만 그럼에도 늦은 가을이 좋은 이유는 단양팔경 뒤에 감춰진 수많은 이야기가 함께하기 때문이 아닐까.
고려 말 학자 우탁 선생이 휴양했던 사인암.
상선암의 운치 있는 드라이브 코스.
가을의 서정이 묻어나는 하선암.
하늘을 나는 짜릿한 쾌감, 이보다 좋을 순 없다
긴장감이 하늘을 찌른다. 가슴은 콩닥콩닥 휘모리장단을 연주한 지 오래다. 벅찬 가슴을 억누르며 깊은 숨을 몰아쉬어본다. 사타구니 사이로 안전장치를 하고, 어깨에 묵직한 장비를 짊어진다. 마지막으로 가슴에 버클을 채운다. '휴~ 이제 정말 시작이구나.' 그때 "하나, 둘, 셋 점프!" 단호한 명령이 떨어진다. 등 뒤에 매달린 교관이 "뛰어! 뛰어! 점프! 점프!"를 외치며 달음질을 부추긴다. 혼비백산. 정신줄은 활공장에 놔둔 채 먼저 몸이 하늘에 둥둥 떠오른다. 눈에 보이는 게 하나도 없다. 귀에 들리는 소리는 터질 것 같은 심장 소리뿐. 정신이 조금 들 때쯤 주변을 살펴보니 몸이 하늘을 날고 있다. '세상에… 말할 수 없는… 이… 기분을… 어떻게… 어쩜… 좋아….' 하늘을 난다는 기분이 이렇게 좋은 줄 날기 전에는 몰랐다.
용기 있게 패러글라이딩에 도전!
양방산전망대 활공장에서 바라본 단양 읍내 풍경.
패러글라이딩은 패러슈트와 글라이딩의 합성어로 '인력활공기'로 불린다. 초기에는 모험 전문가들의 전유물이었으나 지금은 2인승 체험 비행이 가능해지면서 몸무게 20kg 이상이라면 기본 안전교육 후 전문 조종사와 함께 도전할 수 있다. 단양 양방산전망대 활공장(단양패러글라이딩 , www.dypara.com)은 우리나라에서 행글라이딩과 패러글라이딩을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이다. 1, 2주 전에 예약해야 할 만큼 인기다.
인기 드라마가 탄생된 온달관광지의 드라마 세트장.
바보온달과 평강공주의 사랑 이야기가 전해오는 온달산성.
자꾸 울면 바보 온달에게 시집간다!
초등학생들도 다 아는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의 사랑 이야기. 하지만 그 사실적 배경에 대해서 의문을 품고 있는 사람이 많다. 온달산성이 있는 단양군 영춘면은 삼국시대에 고구려와 신라가 치열한 영토 전쟁을 벌이던 곳이다. 지역적 배경과 온달산성이라는 역사성이 만나 온달관광지()가 조성됐다. 온달동굴, 테마공원, 온달산성을 직접 발로 밟으며 역사 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궁금증이 해소된다. 온달산성 입구 길목에 있는 영상 테마파크는 '태왕사신기', '연개소문', '일지매', '바람의 나라', '천추태후' 등 안방극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던 TV 드라마가 촬영된 곳이다. 세트장에서는 조선시대 궁궐에서 느낄 수 없는 대륙적인 힘이 전해진다. 온달산성(사적 제264호)은 납작한 돌을 반월형으로 쌓은 성이다. 대체로 원형이 잘 보존돼 자녀들의 역사 체험장으로 권할 만하다. 산성까지 왕복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신비로운 종유석의 고수동굴.
민물고기의 생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다누리센터 아쿠아리움.
여긴 어때? 고수동굴과 다누리센터 아쿠아리움
다누리센터(~6, www.danuri.go.kr)는 단양의 주요 여행지와 30분 정도면 닿을 수 있을 만큼 교통이 좋다. 해양생물을 전시하는 대부분의 아쿠아리움과 달리 1백30종, 1만5천여 마리의 민물고기가 전시된 것이 특징이다. 물고기 숫자로만 봐도 국내 최대 규모다. 국내 최초로 선보인 낚시박물관, 4D체험관, 파충류전시관 등 자녀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할 만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단양은 지구의 역사를 공부하기에도 좋다. 단양을 대표하는 석회암 동굴인 고수동굴(, www.kosu.or.kr)은 다누리센터에서 가까워 코스 짜기에 좋다. 총 길이가 1,700m에 이르는 대단위 동굴로 종유석이 볼 만하다. 관람 시간은 1시간 내외. 이외에도 온달동굴, 노동동굴, 천동동굴이 땅속 깊숙이 지구 탄생의 비밀을 감추고 있다.
임운석 작가의 코스 제안
●아이를 동반한 가족을 위한 코스
도담삼봉/석문→고수동굴→다누리센터→온달관광지
●중년 부부의 데이트 코스사인암→단양유람선→하선/중선/상선암→도담삼봉/석문
●활동적인 신혼부부를 위한 코스사인암→도담삼봉/석문→단양유람선→양방산전망대 활공장→다누리센터
성원마늘 약선 요리(사진 위). 소선암 오토캠핑장(사진 아래).
Tip 단양 여행 정보
단양에서 먹을 것
단양은 마늘 요리가 유명한데 성원마늘 약선 요리()는 인공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천연 재료만 고집한다. 단양 맛집으로 소문이 나서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먹어야 할 정도며 향토 음식 지정 업소이기도 하다. 남한강이 가로지르는 만큼 민물 매운탕도 인기. 쏘가리 특화거리가 조성돼 있다. 어부명가()가 시설과 맛이 좋은 편이다.
단양에서 머물 곳
소선암 오토캠핑장()은 산과 계곡이 어우러진 멋스러운 곳에 자리한 캠핑장이다. 가까운 곳에 소선암이 위치해 산책 삼아 다녀올 수도 있다. 화장실, 취사장 등 편의시설도 좋은 편이다. 소선암 자연휴양림()은 중앙고속도로 단양나들목에서 10분 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단양 읍내에는 대명단양리조트(), 단양관광호텔()이 있다.
문의 단양군관광안내소(), 단양군 관광관리공단()
profile 임운석은…
평생 여행만 하며 살자고 한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니던 외국계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전업 여행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20대 때는 연극배우로 활동하면서 신인상 후보에 올랐으며,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문화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원으로 문화재청 헤리티지채널 사진작가, 국내 아웃도어 전문 업체의 로드플래너와 사진작가로 활동 중이다. 블로그 '빛과 바람 그리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라(http://roomno1.blog.me/)'를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으며 「최고다! 섬 여행」, 「대한민국 사계절 물놀이사전」, 「여행의 로망 캠핑카 스토리」를 썼다.
<■글&사진 / 임운석(여행작가)>
스탬프 여행, 단양팔경 완벽 도전하기
'스탬프 여행은 대학생들이 하는 여행이다'라는 고리타분한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워지자. 그러면 여행이 달라진다. 일정에 쫓기듯 스폿을 찍고 가는 스탬프 여행이 아니라 꼭 봐야 할 곳을 찍고 가는 알찬 여행이 스탬프 여행이다. 단양은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명소가 여덟 곳이나 있다. 단양팔경이 그것인데, 정작 모두를 돌아본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단양팔경은 남한강 물길 따라 이어진다. 때문에 도보 여행보다 드라이브 여행이 제격이다. 강원도 태백 검룡소에서 발원한 남한강은 영월을 지나면서 급류로 변한다. 덕분에 여름에는 짜릿한 물맛을 볼 수 있는 래프팅이 인기다. 단양 영춘면 오사리에 가면 래프팅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많다. 물길이 단양 읍내에 가까워지면서 덕천교, 고수대교, 상진대교를 차례로 지난다. 물길이 만들어낸 기상천외한 지형이 암수가 결합한 모양처럼 오묘하다. 그 가운데 단양팔경 제1경 도담삼봉과 제2경 석문이 있다. 도담삼봉은 굽이치는 강물을 뚫고 솟아오른 바위섬이다.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이 이곳에 머물면서 망루를 짓고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자신의 호도 도담삼봉을 본떠 삼봉(三峰)이라 했다.
도담삼봉과 작별하고 석문으로 향한다. 꽤나 높은 곳에 위치한 석문은 한두 번 쉬어가야 오를 수 있을 만큼 경사가 가파르다. 한 걸음씩 오를 때마다 뒤를 돌아보는 재미가 있다. 석문(石門)은 글자 그대로 돌문이다. 과연 누가 드나들었을까 싶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석문 사이로 도담삼봉을 가로지르는 모터보트가 보인다. 단풍이 무르익은 가을이기에 더욱 풍경이 아름답다.
배를 타거나 산에 올라야 볼 수 있는 귀한 풍경 구담봉.
배타고 유람할 것인가? 제비 몰러 산으로 갈 것인가?
제3경 구담봉과 제4경 옥순봉은 배를 타거나 산에 올라야 볼 수 있다. 단양과 제천이 만나는 접경지에 위치해 이 일대를 제천 사람들은 충주호라 부르고 단양 사람들은 제2 해금강이라 부른다. 구담봉은 기암절벽의 모양이 거북을 닮았고 물속 바위에 거북무늬가 있다 해 구담이라 부른다. 옥순봉에 얽힌 이야기는 더 재밌다. 우선 옥순봉은 '옥'이 '죽순' 모양으로 솟은 봉우리라는 뜻이다. 퇴계 이황 선생이 단양 군수로 있을 당시 단양팔경을 정하려 했는데 한 곳이 모자랐다고 한다. 그래서 청풍(제천) 군수 이지번에게 옥순봉을 단양팔경에 넣게 해달라고 청해서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실제로 옥순봉의 행정구역은 제천이다.
뱃놀이는 자리가 중요하다. 유람선에서 명당을 꼽으라면 3층이 좋다. 한눈에 거침없이 주변을 둘러볼 수 있고 단체 관광객들과 구별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만약 2층 배라면 2층을 선점할 것. 유람선 여행은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선장의 구성진 안내 덕분에 눈과 귀 모두 즐겁다. 충주호관광선(), 충주호유람선()이 운영 중이다.
등산을 좋아한다면 제비봉(721m)을 찾아보자. 그곳에 올라도 충주호의 빼어난 풍광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제비봉은 장회나루에서 배를 타고 구담봉 방면에서 바라보면 바위 능선이 제비가 날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해서 그리 이름 붙었다. 등산길 초반은 나무가 하늘을 가려 답답하지만 고도가 높아지면서 멋진 소나무가 모습을 드러낸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하지 않는가. 제비봉 정상에 오르면 암릉 구간이 펼쳐지고 멋진 단풍과 물이 만나 매혹적인 색채를 뽐낸다. 단풍은 10월 중하순에 절정을 이뤄 11월 초까지 이어진다. 끝없는 벼랑 끝에 펼쳐진 충주호와 형형색색의 단풍이 만추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계곡과 어우러진 그림 같은 곳
제5경은 사인암이다. 옥순봉, 구담봉과는 반대 방향이어서 홀로 떨어진 듯 보인다. 중앙고속도로 단양나들목과 가까워 첫 코스로 선택해도 좋고, 반대로 마지막 코스로 선택해서 단양을 떠날 때 찾아도 좋다. 고려 말 학자 우탁 선생이 정4품 사인재관 벼슬에 있을 때 휴양하던 곳이라 해 사인암이라 부른다. 옛날 많은 소인묵객들이 이곳을 배경 삼아 시를 읊고 그림을 그렸다. 그 흔적들은 사인암 주변 바위에 새겨진 장기판, 암벽에 새긴 시조들로 확인할 수 있다. 김홍도는 사인암의 절경을 그리려고 붓을 들었다가 바로 그리지 못하고 1년이 지나서야 '사인암도'를 완성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추사 김정희는 사인암을 보고 "하늘에서 내려온 한 폭의 그림"이라 극찬했다.
제6경 하선암, 제7경 중선암, 제8경 상선암은 남한강이 지류로 빠지는 선암계곡에 자리하고 있다. 계곡 들머리에 있는 소선암자연휴양림과 오토캠핑장은 깊은 가을을 몸으로 느끼고 싶은 낭만 여행객들이 이미 독차지했다. 도시의 깨끗하고 편리한 숙박시설에서 느낄 수 없는 자연 속에서만 가능한 아늑함이 있다. 먼저 하선암이 큼직한 바위를 과시하며 계곡에 널브러졌다. 여름날의 우렁찬 계곡 물소리는 들을 수도, 상상할 수도 없지만 단풍과 함께 가을의 서정이 곳곳에 묻어 있다. 계곡을 따라 이어진 선암계곡로를 2, 3km 정도 달리면 중선암이 나오고 이어 상선암이 나온다. 단양팔경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1박 2일이 부족하다. 사시사철 새로운 모습으로 여행자를 맞아주지만 그럼에도 늦은 가을이 좋은 이유는 단양팔경 뒤에 감춰진 수많은 이야기가 함께하기 때문이 아닐까.
상선암의 운치 있는 드라이브 코스.
가을의 서정이 묻어나는 하선암.
하늘을 나는 짜릿한 쾌감, 이보다 좋을 순 없다
긴장감이 하늘을 찌른다. 가슴은 콩닥콩닥 휘모리장단을 연주한 지 오래다. 벅찬 가슴을 억누르며 깊은 숨을 몰아쉬어본다. 사타구니 사이로 안전장치를 하고, 어깨에 묵직한 장비를 짊어진다. 마지막으로 가슴에 버클을 채운다. '휴~ 이제 정말 시작이구나.' 그때 "하나, 둘, 셋 점프!" 단호한 명령이 떨어진다. 등 뒤에 매달린 교관이 "뛰어! 뛰어! 점프! 점프!"를 외치며 달음질을 부추긴다. 혼비백산. 정신줄은 활공장에 놔둔 채 먼저 몸이 하늘에 둥둥 떠오른다. 눈에 보이는 게 하나도 없다. 귀에 들리는 소리는 터질 것 같은 심장 소리뿐. 정신이 조금 들 때쯤 주변을 살펴보니 몸이 하늘을 날고 있다. '세상에… 말할 수 없는… 이… 기분을… 어떻게… 어쩜… 좋아….' 하늘을 난다는 기분이 이렇게 좋은 줄 날기 전에는 몰랐다.
양방산전망대 활공장에서 바라본 단양 읍내 풍경.
패러글라이딩은 패러슈트와 글라이딩의 합성어로 '인력활공기'로 불린다. 초기에는 모험 전문가들의 전유물이었으나 지금은 2인승 체험 비행이 가능해지면서 몸무게 20kg 이상이라면 기본 안전교육 후 전문 조종사와 함께 도전할 수 있다. 단양 양방산전망대 활공장(단양패러글라이딩 , www.dypara.com)은 우리나라에서 행글라이딩과 패러글라이딩을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이다. 1, 2주 전에 예약해야 할 만큼 인기다.
바보온달과 평강공주의 사랑 이야기가 전해오는 온달산성.
자꾸 울면 바보 온달에게 시집간다!
초등학생들도 다 아는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의 사랑 이야기. 하지만 그 사실적 배경에 대해서 의문을 품고 있는 사람이 많다. 온달산성이 있는 단양군 영춘면은 삼국시대에 고구려와 신라가 치열한 영토 전쟁을 벌이던 곳이다. 지역적 배경과 온달산성이라는 역사성이 만나 온달관광지()가 조성됐다. 온달동굴, 테마공원, 온달산성을 직접 발로 밟으며 역사 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궁금증이 해소된다. 온달산성 입구 길목에 있는 영상 테마파크는 '태왕사신기', '연개소문', '일지매', '바람의 나라', '천추태후' 등 안방극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던 TV 드라마가 촬영된 곳이다. 세트장에서는 조선시대 궁궐에서 느낄 수 없는 대륙적인 힘이 전해진다. 온달산성(사적 제264호)은 납작한 돌을 반월형으로 쌓은 성이다. 대체로 원형이 잘 보존돼 자녀들의 역사 체험장으로 권할 만하다. 산성까지 왕복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민물고기의 생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다누리센터 아쿠아리움.
여긴 어때? 고수동굴과 다누리센터 아쿠아리움
다누리센터(~6, www.danuri.go.kr)는 단양의 주요 여행지와 30분 정도면 닿을 수 있을 만큼 교통이 좋다. 해양생물을 전시하는 대부분의 아쿠아리움과 달리 1백30종, 1만5천여 마리의 민물고기가 전시된 것이 특징이다. 물고기 숫자로만 봐도 국내 최대 규모다. 국내 최초로 선보인 낚시박물관, 4D체험관, 파충류전시관 등 자녀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할 만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단양은 지구의 역사를 공부하기에도 좋다. 단양을 대표하는 석회암 동굴인 고수동굴(, www.kosu.or.kr)은 다누리센터에서 가까워 코스 짜기에 좋다. 총 길이가 1,700m에 이르는 대단위 동굴로 종유석이 볼 만하다. 관람 시간은 1시간 내외. 이외에도 온달동굴, 노동동굴, 천동동굴이 땅속 깊숙이 지구 탄생의 비밀을 감추고 있다.
임운석 작가의 코스 제안
●아이를 동반한 가족을 위한 코스
도담삼봉/석문→고수동굴→다누리센터→온달관광지
●중년 부부의 데이트 코스사인암→단양유람선→하선/중선/상선암→도담삼봉/석문
●활동적인 신혼부부를 위한 코스사인암→도담삼봉/석문→단양유람선→양방산전망대 활공장→다누리센터
Tip 단양 여행 정보
단양에서 먹을 것
단양은 마늘 요리가 유명한데 성원마늘 약선 요리()는 인공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천연 재료만 고집한다. 단양 맛집으로 소문이 나서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먹어야 할 정도며 향토 음식 지정 업소이기도 하다. 남한강이 가로지르는 만큼 민물 매운탕도 인기. 쏘가리 특화거리가 조성돼 있다. 어부명가()가 시설과 맛이 좋은 편이다.
단양에서 머물 곳
소선암 오토캠핑장()은 산과 계곡이 어우러진 멋스러운 곳에 자리한 캠핑장이다. 가까운 곳에 소선암이 위치해 산책 삼아 다녀올 수도 있다. 화장실, 취사장 등 편의시설도 좋은 편이다. 소선암 자연휴양림()은 중앙고속도로 단양나들목에서 10분 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단양 읍내에는 대명단양리조트(), 단양관광호텔()이 있다.
문의 단양군관광안내소(), 단양군 관광관리공단()
평생 여행만 하며 살자고 한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니던 외국계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전업 여행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20대 때는 연극배우로 활동하면서 신인상 후보에 올랐으며,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문화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원으로 문화재청 헤리티지채널 사진작가, 국내 아웃도어 전문 업체의 로드플래너와 사진작가로 활동 중이다. 블로그 '빛과 바람 그리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라(http://roomno1.blog.me/)'를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으며 「최고다! 섬 여행」, 「대한민국 사계절 물놀이사전」, 「여행의 로망 캠핑카 스토리」를 썼다.
<■글&사진 / 임운석(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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